대법원 경매사이트에서는 다 비슷해 보였습니다
경매 공부를 하면서 대법원 경매사이트(courtauction.go.kr)에서 매물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물건을 하나 클릭해 봤습니다. 사진이 몇 장 있었는데, 솔직히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외관 사진, 복도 사진, 현관 사진. 특별한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감정가, 최저가, 면적, 위치 정보를 화면으로 보면서 “괜찮아 보이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임장이라는 걸 처음 해보는 거였습니다.
주소 하나만 들고 무작정 갔습니다
첫 임장은 아무 준비 없이 갔습니다. 대법원 경매사이트에서 확인한 주소만 손에 들고, 네비게이션을 찍고 출발했습니다.
체크리스트도 없었고, 뭘 봐야 하는지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책에서 “임장은 필수”라고 해서 일단 가본 거였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풍경은 평범 그 자체였습니다. 여느 아파트 단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놀랄 만한 것도, 특별히 이상한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전 공부 없이 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앞에 서서 위를 올려다봤습니다. 해당 호수가 몇 층인지 확인하고, 건물 외관을 둘러봤습니다. 당연히 집 안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뭘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안을 한 바퀴 걸었습니다. 주차장을 봤고, 놀이터를 봤고, 동 간 거리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임장은 그냥 가서 보는 게 아니라, 뭘 봐야 하는지를 알고 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전에 해당 물건의 위치, 주변 환경, 시세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현장에 가서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첫 임장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배웠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간 첫 임장이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감각이 생겼습니다.
단지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고, “이 아파트에 실제로 살게 된다면 뭐가 중요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인근에 학원가와 학교가 얼마나 가까운지. 마트나 병원 같은 생활편의시설까지의 거리.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인지.
이런 것들이 단순히 “좋은 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걸, 화면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15번의 임장, 나만의 체크리스트가 생기다
첫 임장 이후로 약 15개의 물건을 임장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책이나 유튜브에서 “임장 시 이것만은 체크하라”고 한 항목들 위주로 봤습니다. 건물 외관 상태, 주차 공간, 소음, 일조량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횟수가 늘어나면서 신기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만의 체크리스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책에 나오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단지 입구에서 현관까지 걸어보면서 느껴지는 동선의 편리함,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지사항에서 파악할 수 있는 관리 상태,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들의 종류에서 짐작할 수 있는 입주민 구성까지.
이건 누가 알려줘서 된 게 아닙니다. 반복해서 현장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득된 감각이었습니다.
경매에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의미를 15번의 임장을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임장을 시작하려는 분께
첫 임장은 아무 준비 없이 가도 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반드시 사전에 해당 물건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가세요. 대법원 경매사이트에서 물건 정보를 출력하고, 네이버 지도에서 주변 시설을 미리 파악하고, 그 위에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만 기억하세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정상입니다. 3번, 5번, 10번 다니다 보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나만의 기준이 생깁니다. 그 기준이 생겼을 때, 비로소 “이 물건은 입찰할 만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임장은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닙니다. 눈을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이전 글이 궁금하시다면: 경매 권리분석, 처음 등기부등본을 읽었을 때의 막막함을 읽어보세요.
경매의 전체 과정은 경매 시리즈 1-1: 45세 박민철, 절벽 앞에서 경매를 만나다에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