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권리분석, 처음 등기부등본을 읽었을 때의 막막함

등기부등본, 그게 뭔데?

경매 공부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등기부등본입니다.

책에서는 “권리분석의 기본은 등기부등본”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서도 “등기부등본만 읽을 줄 알면 경매의 반은 한 거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펼쳤을 때 한 줄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경매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본 건 아닙니다. 먼저 제가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열어봤습니다. 내 집이니까 내용을 대충은 알 테고, 그러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집인데도 모르겠더군요.

갑구, 을구, 소유권이전, 근저당권설정… 눈앞에 법률 용어가 빼곡했습니다. 분명 한글로 쓰여 있는데, 단어 하나하나가 일상에서 쓰는 말이 아니니까 외국어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었습니다. 내 집이니까 “이 부분이 소유자 이름이구나”, “이게 은행 대출 관련인 것 같구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모르는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봤으면 아마 바로 포기했을 겁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경매 물건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다

내 집 등기부등본으로 감을 조금 잡은 뒤, 본격적으로 경매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보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법원등기소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수수료 700원만 결제하면 바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로 경매 물건의 주소를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니 등기부등본이 화면에 떴습니다.

그런데 내 집 등기부등본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갑구에는 가압류, 압류, 경매개시결정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고, 을구에는 근저당권이 여러 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화면을 보면서도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해 보이는 부분만 캡처해 두고,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단어: 채권최고액

집에 와서 밑줄 친 부분을 하나씩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용어를 찾고, 글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가장 오래 붙잡은 단어가 채권최고액이었습니다.

을구에 “근저당권설정, 채권최고액 금 1억 5,6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저는 이것을 당연히 실제 담보대출 금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이 집에 1억 5,600만 원 대출이 있구나.”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액이 아니었습니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최대 이만큼까지 보장받겠다”고 설정해 놓은 금액이고, 실제 대출액은 보통 채권최고액의 약 80%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즉, 채권최고액이 1억 5,600만 원이면 실제 대출은 약 1억 3,000만 원 정도라는 뜻이었습니다.

만약 이걸 모르고 채권최고액을 실제 대출액으로 계산해서 입찰가를 정했다면? 수백만 원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실수였습니다.

이 하나를 이해하는 데만 이틀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틀이 나중에 저를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갑구와 을구, 드디어 읽히기 시작하다

그렇게 하나씩, 모르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검색하고 영상을 보고를 반복했습니다.

등기부등본 하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약 2주가 걸렸습니다.

갑구에 적힌 소유권 변동 내역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이 집이 누구 손을 거쳐서 지금 경매에 나오게 됐는지”를 읽을 수 있게 됐고, 을구의 근저당권과 전세권 설정 내역을 보며 “이 집에 얼마의 빚이 얼마나 걸려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하나의 등기부등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갑구와 을구의 모든 내용이 이해됐을 때. “아, 이제 좀 읽히는구나” 하는 감각이 온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외국어를 공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장이 들리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권리분석을 시작하려는 분께

등기부등본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법률 문서이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에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것입니다.

처음부터 경매 물건을 보지 마세요. 내가 살고 있는 집, 또는 잘 아는 집의 등기부등본부터 시작하세요.

이미 아는 정보가 있으면 문서의 구조가 훨씬 빨리 이해됩니다. 거기서 감을 잡은 뒤에 경매 물건으로 넘어가면 진입장벽이 낮아집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액이 아닙니다. 이것만 기억해도, 저처럼 처음에 헷갈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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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의 전체 과정은 경매 시리즈 1-1: 45세 박민철, 절벽 앞에서 경매를 만나다에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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