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입찰 전에 연습이 있었습니다
경매 공부를 하면서, 임장도 다니고 등기부등본도 읽을 수 있게 됐지만, 한 가지가 두려웠습니다.
“이 가격에 입찰하면 되는 걸까?”
입찰가를 정하는 것.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잘못 정하면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돈을 넣기 전에 모의 입찰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의 입찰, 이렇게 했습니다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관심 있는 물건을 하나 정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입찰한다는 자세로 모든 과정을 진행합니다. 권리분석, 시세 조사, 임장 활동까지 전부 하고, 최종적으로 “나라면 이 가격에 입찰하겠다”는 금액을 엑셀에 적어둡니다.
그리고 경매일에 실제 낙찰 결과를 확인합니다.
내가 쓴 금액이 낙찰가보다 높으면 “낙찰 성공”, 낮으면 “유찰”. 진짜 돈이 오가지 않을 뿐, 나머지 과정은 실전과 동일하게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총 10번의 모의 입찰을 했습니다.
첫 모의 입찰,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첫 번째 모의 입찰 물건은 아파트였습니다.
당시 시세가 약 3억 8천만 원이었고, 경매가는 감정가의 약 88%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권리분석과 시세를 나름대로 검토한 뒤, 입찰가를 3억 25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결과는? 실제 낙찰가는 약 3억 9천만 원이었습니다.
제 입찰가와 약 9천만 원 차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써놓은 겁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저는 현재 시세만 보고 입찰가를 정했던 거였습니다.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의 미래 개발 호재와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입찰자들은 이걸 반영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거였고, 저만 몰랐던 겁니다.
1회차부터 4회차까지의 모의 입찰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습니다. 실제 낙찰가와 한참 동떨어진 금액만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6회차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5회차까지는 책에서 배운 공식과 유명 전문가들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6회차부터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만의 체크 항목이 하나둘씩 추가되기 시작한 겁니다.
단순히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개발 계획, 입주 물량, 교통 변화, 학군 수요 같은 요소들을 하나씩 추가해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모의 낙찰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제가 쓴 금액이 실제 낙찰가와 비슷한 범위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모의 입찰 없이 바로 실전에 들어갔다면 100% 실패했을 것이라고.
불변의 공식은 없습니다
10번의 모의 입찰을 거치면서 생긴 확신이 하나 있습니다.
입찰가를 정하는 불변의 공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사회 현상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면 선호하는 주거 형태도 바뀌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달라집니다. 작년에 통했던 기준이 올해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의 입찰을 할 때마다 체크 항목이 하나씩 늘어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반영하고, 수정합니다. 끝이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실력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1번째, 모의가 아닌 실전으로
10회 모의 입찰을 마치고, 11번째 물건을 검색하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적당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습관처럼 물건 분석을 시작했고, 임장 활동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임장을 하면 할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은 모의가 아니다.”
임장을 다녀올 때마다 그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자금 상황을 확인해 보니 어느 정도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과감하게 결정했습니다. 이번은 실전으로 간다고.
실제 입찰을 준비하기 시작하니, 모의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같은 권리분석인데 더 꼼꼼하게 봤고, 같은 임장인데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입찰가를 정할 때 손이 떨렸습니다. 실제로 내 돈이 걸리니까, 모의와는 임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의 입찰을 권하는 이유
경매를 시작하려는 분에게 한 가지만 말씀드릴 수 있다면, 이것입니다.
처음부터 실전 입찰하지 마세요. 최소 5번은 모의 입찰을 해보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관심 물건을 정하고, 실전처럼 분석하고, 입찰가를 적어두고, 결과를 확인하세요. 그 차이를 분석하세요. 왜 내 입찰가가 높았는지, 낮았는지.
그 반복이 실전에서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저는 10번의 모의 입찰이 없었다면, 절대로 경매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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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의 전체 과정은 경매 시리즈 1-1: 45세 박민철, 절벽 앞에서 경매를 만나다에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